45. 로마서 | 롬 1:17(찬 300, 304, 310장)
■ 로마서
1. 책 제목
헬라어 본문에는 ‘프로스 로마이우스’(προς Ρωμαιους: 로마에 있는)라는 표제어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바울서신으로 수신자가 로마교인들이었으므로 한글성경에서는 바울서신의 일반적인 제목에 따라 ‘로마서’로 불린다.
2. 기록자와 연대
1) 기록자
본서의 기록자가 바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본서 저술 당시부터 거의 의심된 바 없다. 본서의 초두에서 기록자 자신이 바울임을 밝힌
것이나(1:1) 초대 교부들의 증언(이레네우스,이그나티우스,로마의 클레멘트 등), 본서에서 사용된 문체나 내용 그리고 성격 등이
바울의 다른 서신들과 유사함을 보아서도 본서 기록자가 바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본서의 끝부분의 두 장 곧 15,
16장이 바울의 것인지에 대해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약 300여 개에 이르는 로마서 사본 등 대부분의 권위있는 사본들이 이
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후에 삽입되었다는 중거를 보여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약시 바울의 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본서는
바울이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라 더디오에 의해 대필되었다(16:22).
한편 기록자 바울은 소아시아의 길리기아 평원에 위치한 다소에서 출생한 베냐민 지파 출신이며 매우 엄격한 바리새파 스승인 가말리엘
문하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교육적 배경 때문에 기독교로 개종한 후에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율법과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더
명료하게 설파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글들을 쓸 수 있었다. 바울의 여러 서신 가운데 특히 로마서는 그러한
바울의 역량이 잘 드러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2) 기록연대
본서의 기록 연대는 신약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15:19을 보면 바울이 제3차 전도
여행(A.D.53-57)을 거의 끝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던 중 한 곳에서 본서를 기록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바울은 여러 번
로마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으나 번번히 사정이 생겨서 가지 못하였는데 본서를 기록할 당시에도 로마로 가려는 마음은 있었으나 곧바로
가지 못하고 마게도냐와 아가야에서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을 위하여 모금함 연보를 먼저 예루살렘으로 가져가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15:22-29). 이 사실의 배경이 되고있는 고후 9장에 기록된 연보 기사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본서는 고린도후서와
비슷한 시기에 기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마게도냐에서의 바울의 사역과 이어 예루살렘을 방문하려는 계획이 기록된 행 20장의
기사와 또한 이러한 배경이 반영된 롬 15:22-29를 비교해 볼 때 본서는 바울의 제 5차 예루살렘 방문(A.D.58년) 직전에
기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바울은 3차 전도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인 고린도에 이르렀고 이곳에서 겨울을 맞아 항해를 재개하는
이듬해 봄까지 3개월을 기다려야 했으므로(행 20:3) 이 기간 동안 본서를 집필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본서의 기록 시기는 대략
A.D.57년 후반기가 될 것이다.
3) 배경
본서의 일차적인 수신자들이 살았던 당시의 로마에는 사도들에 의해 직접 세워진 교회가 없었다. 단지 전쟁 포로 또는 상업 등의
이유로 로마에 머물게 된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을 비롯한 이방인들 중에서 그리스도를 믿게 된 성도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교회를 이루러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당시의 로마는 영국에서 아라비아까지 뻗어있는 대제국의 수도로서 교외 지역의 주민까지
포함해서 약 8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매우 거대한 도시였다. 뿐만 아니라 도시는 매우 부요했으며 세계적인 외교와 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상인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았으며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잡다한 종족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대내외적인 문제점들에 봉착하기가 쉬웠다.)
먼저 내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면 유대인 성도와 이방인 성도가 함께 섞여 있었던 그 공동체 구성원들간의 마찰이다. 여기서 첫째로
유대인 성도들에 문제가 있었다. 즉 유대인 성도들은 비록 예수를 구약에서 하나님이 약속하여 보내주신 메시야로 믿긴 했으나 여전히
구약 율법을 문자적으로 지켜야만 구원을 얻으며 이방인들이 구원을 얻기 위해서도 구약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유대교
육법주의자들의 그릇된 구원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릇된 율법주의적 신앙관을 가진 유대인 성도들을 향하여
바울은 성도가 구원받게 된 것은 율법의 행위로가 아니라 오직 값없이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강하게
역설하고 싶었던 것이다.
둘째 그릇된 율법주의적 신앙관을 가진 유대인 성도들과는 반대로 이방인 성도들은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참 자유가
아닌 방종에 이르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즉 그들은 비록 개종하여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방 풍습과 생활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율법의 행위로가 아닌 믿음으로 구원을 얻은 성도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바울은 그러한 행위가 구원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절제되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의 자유의 적용 문제에 대하여 설파하였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부단히 힘써야 할 것과 속히
썩어질 구습에서 벗어남으로써 성화에 이를 것을 교훈하고 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로마 교회는 로마 정부의 세속 권력에 대한 순종 문제와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이 땅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클라우디우스(A.D.41-54년) 황제 때에 로마에서 추방되는 박해까지도 겪었던 유대인
성도들에게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현실적 관심사였다. 이에 바울은 로마의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하나님께 대하여, 교회와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하여 마땅히 가져야 할 윤리적 의무들에 대해 설파함으로써 성도가 이 땅에 사는 동안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각각의
삶의 현장 속에서도 성실해야 한다는 삶의 자세에 대해 구체적으로 교훈하였다.
3. 기록 목적
1) 로마 방문을 위한 준비
당시 로마 제국 도처에서 이방 선교 사역에 몰두하던 바울은 자신이 친히 로마 교회를 방문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더 시급한 문제로
인해 예루살렘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이를 로마 교회에 알리며 로마 교회를 방문하기 전에 먼저 로마 성도들에게 참 구원의 원리를
미리 편지로 설명함으로써 전에 그들이 들었던 복음에 대한 오해, 곧 구원이 인간의 선생이나 공적 또는 율법의 행위로 주어지는 것인
양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시정하며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음으로 구원받음을 설파하기 위하여 본서를 기록했다.
2) 로마 교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바울은 로마 교회가 당면한 믿음이 강한 자와 약한 자 등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전해 들은 바 이를 해결함으로써 로마 교회 내의 유대인 성도와 이방인 성도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목하게 하는 것이었다.
4. 주제
1) 복음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 선택된 사도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1:1). 바울이 전한 복음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이 미리 약속하신 복음(1:2)이다. 하나님과 관계없는 것은 복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음은 ‘하나님의 복음’이다(1:1; 15:16).
둘째, 복음은 선지자로 말미암아 미리 약속되었다(1:2). 그러므로 우리는 구약성경을 복음에 대한 약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복음은 하나님의 아들에 관하여 미리 약속된 것이다(1:2). 성경에 기록된 복음 약속의 대상, 주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다.
넷째,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다(1:16). 복음은 말과 글, 사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이다.
다섯째, 복음의 핵심은 ‘하나님의 의’이다(1:17).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義)’는 죄인을 의롭게 하는 의이고, 이 의(義)는 모든 믿는 자에게 차별 없이 주어진다(3:22).
여섯째, 복음은 심판에 관하여 말한다(2:16). 복음은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는 하나님의 능력이지만, 믿지 않는 자에게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심판이 있다고 말한다.
2) 하나님의 의
바울은 복음을 ‘하나님의 의’라고 밝힌다(1:17). 하나님의 의란 자격 없는 죄인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즉 하나님의
의로운 심판 앞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의를 신자들에게 선물로 제공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의는 모든 사람은 예수님을 믿음으로만 얻는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 바로 유대인과 이방인이다. 유대인은 율법을 받았다. 그러나 유대인은 결코 율법을 지키지 못했다. 이방인은 율법을 받지
못했으나 양심이 율법의 역할을 한다(2:14-15). 그러나 이방인 중에서 양심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스스로의 힘으로 의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3:9). 모든 사람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의를 얻을 수 있다(3:22-24).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의 죄를 짊어지시고 하나님의 의를 이루신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자만이 의와 구원을 얻는 것이다(10:9).
3) 의에 합당한 삶
모든 사람은 믿음으로 의로움을 얻는다. 그러나 행위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만 의를 얻었다고 마음대로 죄짓고 살아도 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6:1-2). 구원받은 사람은 죄에 대하여 완전히 죽고 하나님께 대하여 살았으니 결코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6:11). 그런데 죄를 짓지 않는 삶이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구원받은 이후에도 우리 안에는 죄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울도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바로 성령님이 우리에게 계시기 때문이다. 성령님을 따르는 사람은
죄의 유혹에 이끌리지 않고 의로운 삶을 살 수 있다(8:3-4).
아울러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여 다양한 삶(하나님, 교회, 사회, 세상권세,
이웃) 속에서 우리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릴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12:1-2).
5. 특징
1)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이신칭의의 교리를 잘 드러냄
로마서는은 로마서가 서신(書信)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가장 근본적인 교리와 윤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논문 같은 인상을 주며,
핵심 교리인 이신칭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죄, 진노, 사망, 율법, 의, 칭의, 신앙, 생명, 소망, 할례, 이스라엘
등과 같은 신학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2) 가장 길고 자세한 서신
서신의 분량 자체도 가장 길뿐만 아니라 서론과 결론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자세히 언급되고 있는 점도 그의 다른 서신과 구별된다. 아울러 ‘기록하였으되’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함으로 구약성경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6. 구조
1) 도입 : 인사와 간구(1:1-17)
2) 하나님의 의(1:18-11:36)
3) 의인의 삶(12:1-15:14)
4) 종결 : 방문 계획과 문안 인사(15:4-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