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오게네스(BC 412-BC 323) 시노프주 출신
통나무 속의 철학자
견유학파(견유 - 개)
밝은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녔다는 것은 세상이 너무 어둡기 때문에 진리의 빛을 비추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오늘의 시대가 마치 디오게네스적인 삶이 필요한 시대라고 하겠다.
사회 어느 한 구석이라도 진리가 있어야 할텐데 그 진리가 모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믿음의 선각자들을 깨워 진리의 빛을 들어야 한다.
흑해 남우 연안의 도시 시노페 출신.
환전상이었던 아버지 히케시오스는 나랏돈을 관리하는 일도 맡고 있었다.
아버지는 디오게네스에게 화폐를 만드는 일을
맡겼는데 디오게네스는 욕심이 생겨 돈을 위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에 걸려,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가 죽어버렸고
디오게네스는 추방되었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델포이의 아폴론 성소로 찾아가 '가장 높은 평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신탁은 '나라에서 통용되는 것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아테네에 있게 되었을 때 디오게네스는 안티스테네스를
찾아갔다.
그러나 안티스테네스가 자신은 그 누구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퇴짜 놓았고, 디오게네스는 끝까지
받아달라고 죽치고 앉아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래서 어느 날 안티스테네스가 그를 향해 지팡이를 치켜들자 그는 도리어 자신의 머리를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때리세요. 뭔가 확실한 말씀을 해주시기 전까지는 저를 내쫓을 수 있을만큼 딱딱한 나무를 찾아내실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그는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되었다.
안티스테네스와 그의 제자들은 견유학파로 유명한데, 쉽게
말하면 '개 같은 삶'을 살자는 것이다.
개처럼 자신의 자연스런 본성에 따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며,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체의 '사회적 습관'과 '문화적 생활'을 경멸하고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등의 '개 같은 삶'을 추구했던 것이었다.
디오게네스는 쥐가 잘 곳도 찾지 않고 어둠도 무서워하지 않고 또 좋은
음식이라고 여겨질 만한 어떤 것도 찾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보통사람들과 다르게 두 겹의 윗옷을 겹쳐 입었으며, 그 옷을 이불로 쓰기도 하고 식사하는 자리로 쓰기도 하는 등 다용도로
사용했다.
또 그는 어떤 사람에게 자신이 거처할 오두막을 마련해 달라고 편지를 썼는데 그 일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자 그는 큰
술항아리를 가져와 자신의 거처로 삼기도 했다.
이러한 그도 몸이 약해져서 한번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뒤로부터는 어디를 가든 줄곧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한번은 해적들에게 잡혀 크레타섬에 끌려가 노예로 팔리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노예상은
디오게네스에게 '너는 어떤 일을 잘하는가'라고 물어보았다.
디오게네스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을 잘한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노예상을 향해 "누군가 자기를 위해 주인을 사려는 사람이 있는지 알려주게나"라고 외쳤다.
그때 그는 보라색의
테 장식이 있는 훌륭한 의상을 몸에 걸친 크세니아데스를 가리키곤, "그는 주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이 사람에게
자신을 팔아 달라고 요구했다.
지목된 크세니아데스는 황당하기도 했지만 당당한 그 모습에 반해서 디오게네스를 그 자리에서 샀다고
한다.
그러자 데오게네스는 자신을 산 크세니아데스에게 "비록 나는 노예일지라도 당신은 나에게 복종해야 하오.
왜냐하면 만약 의사나 배의 키잡이가 노예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은 따라야 하니까"라고 말했다고.
디오게네스는
크세니아데스의 집으로 가서 그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제법 잘 가르친 덕분인지 크세니아데스도 집안에 좋은 신령이 굴러 들어왔다면서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디오게네스는 크세니아데스 집안에서 늙도록 지냈고, 죽었을 때에는 그의 아들들이 장사를 지내 주었다.
그
때에 크세니아데스가 어떤 식으로 매장할지를 묻자 디오게네스는 "얼굴을 아래로 해서" 묻어 달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궁금해진 크세니아데스가 "왜 그런 식으로 하려 하지?"라고 다시 묻자, 디오게네스는 말했다. "조금만 지나면 아래위가 뒤바뀔
테니까."
그는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고 90세 가까이 구걸하면서 살다가 생애를 마쳤다.
그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전해진다.
살아 있는
문어를 먹고 콜레라에 걸려 죽었다는 설도 있고, 개들에게 문어를 나누어 주려다 다리 힘줄이 물려서 죽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이 추정한 바는 이렇다.
디오게네스는 당시 코린토스 쪽에 있는 체육관에서 살았는데 친구들은 평소 습관대로 그곳에 갔을 때
그가 외투에 싸인 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친구들은 그가 자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거기에 있는 것이 의심스러워서
겉옷을 들쳐보고 나서야 그가 죽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두고 친구들은 디오게네스가 세상을 하직하기를 바라고 스스로 숨을 참아서
죽었다고 생각했다.
전해지는 바로는 거기서 또 그를 누가 장사 지낼 것인가를 둘러싸고 주먹다짐까지 할 정도로 제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결국 이스트모스 해협으로 가는 성문 옆에 묻혔다.
사람들은 그의 무덤 위에
둥근 모양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파로스섬의 대리석으로 만든 개의 상을 올려놓았다.
그 후 그의 고국 사람들도 그를 칭송하는
시를 새겨 넣은 청동상을 세워 그를 찬양했다.
그의 스승이었던 안티스테네스(BC 445-365)는 인간은 덕(德)을 위해 살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선한 마음만 필요할 뿐 재산과 명성과 외모 따위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가르쳤다.
디오게네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적합한 것만 취하면,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있어 '행복'이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이 때 자연스러운 욕구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보기 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출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는 정말 그 말대로 살았다. 사람들로 가득한 아고라 광장 한복판에서 자위를 할 정도였으니까. 그러고서는 하는 말이...
이같이 모두 앞에서 당당한 게 아니라면 혼자 있을 때도 당당한 게 아니며, 인간은 공적인 장소에서 자기 삶을 내보일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부와 권력에 전혀 흥미가 없었고, 기성 도덕과 관습을 우습게 보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의 일화는 이러한 그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그의 명성은 자자하여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는 양지 바른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짐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오."
디오게네스: "나로 말하자면 디오게네스, 개다."알렉산드로스: "그대는 내가 무섭지 않은가?"
디오게네스: "당신은 뭐지? 좋은 것? 아님 나쁜 것?"알렉산드로스: "물론 좋은 것이지."
디오게네스: "누가 좋은 것을 무서워하겠소?"이에 알렉산드로스가 "무엇이든지 바라는 걸 나에게 말해 보라"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햇빛을 가리지 말아주시오"라고 대답했다. 무엄한 저 자를 당장 처형해야 한다고 부하들이 나서자 알렉산드로스는 그들을 저지하며 말했다. "짐이 만약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6][7]
디오게네스의 사상은 이처럼 대부분 '일화'로 전해진다. 그는 '철학은 말이 아니라 행함에 있음'을 철저하게 보여준 인물이었고, 실제로 어떠한 저술 활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A] 그저 자신의 기행으로써 세상의 모든 것을 비웃어버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의 가치관을 한번 의심해보게 만들 뿐이었다.
왜 하필 '개'냐는 질문에,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뭔가를 주는 자에게는 꼬리를 치며 반기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 자에게는 시끄럽게 짖어대고, 내게 나쁜 짓을 하는 자는 물어버리기 때문이지."[10] 그래서 디오게네스의 무덤에는 강아지가 항아리 안에 들어가 있는 형상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아래의 이야기는 그가 되고자 하는 '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언젠가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리포스 대왕이 그를 붙잡아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네 탐욕의 정찰병이다."[11][12]
실제로 그는 고약한 유머로 사람들의 약을 올리고,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 열심이었다. 쓸데없이 복잡한 증명이나 추론을 사용하기보다 고상한 논리를 단 한 수에 날려버리는 독설, 말놀이, 행위예술을 선보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디오게네스의 행동은 지금으로 치면 '예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어김없이, 적절한 일화가 등장한다.
누군가가 그의 앞에서 '운동'을 부정했다.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것이 움직이는 듯이 보이나 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13]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폴짝폴짝 뛰며 그 사람의 주위를 뱅뱅 돌았다.[14]
언젠가 플라톤이 이데아론을 설파하며 '책상다움'과 '술잔다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자, 그가 말했다. "내 눈엔 책상과 술잔은 보이지만, 책상다움이라든지 술잔다움은 전혀 안 보이는데?"[15][16]
견유주의를 키니코스 학파라고 부른다. 이 키니코스[17]라는 말에서 '시니컬'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개'가 '시니컬'하다는 것, 다시 말해 '냉소적'이라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어원을 모른다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의문점이다. 그리스어로 개는 κύων(키온)으로, 냉소적이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 Zynisch(치니슈)나 영어의 Cynical(시니컬)이 여기서 유래됐다.
실제 견유주의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냉소적'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오늘날의 일부 냉소주의는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말, 실천의 용기가 없는 말뿐인 비판에 지나지 않지만 견유주의는 그 반대였다.[18] 디오게네스는 비판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A] 그런데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보면 실제로 발언들이 하나같이 '시니컬'하기는 하다.
디오게네스는 가난했지만 늘 부끄러움이 없는 자족자제(自足自制)의 생활을 몸소 실천했다. 평생을 집이 아닌 커다란 통 속에서 살았고, 단 한 벌의 옷만 걸쳤고, 그의 재산이라야 물을 떠먹을 때 쓰는 표주박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개 한마리가 혀로 물 마시는 걸 보고, 개도 저렇게 물을 마시는데 뭐하러 이딴게 필요하냐며 표주박을 내던지고 개를 스승으로 삼아 지냈기에 귀찮은 사람이 와서 질문하면 "나는 개다. 그러니 꺼져!"라고 응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래서 개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죽는 순간에도 '내 유해를 땅에 묻지 말고 맹수들의 먹이로 던져 주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그는 지상의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다간 철학자였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이라는 책에서, 동명의 철학자 '시노페의 디오게네스'의 사상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모든 것은 모든 것 속에 있고, 모든 것에 배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즉, 살의 일부는 빵 속에도 있고, 빵의 일부는 또 야채 안에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밖의 물체들에 대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가 모든 것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다시 증기가 되어 밖으로 배출되거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 고병권은 그의 책 『살아가겠다』(2014)에서 이 사상을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빵 속에 살이 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혹시 이런 게 아닐까. 가령 우리가 죽게 되면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은 미생물에게 분해될 것이고 그 일부는 식물의 뿌리를 통해서 흡수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식물 속에는 동물의 일부를 이루던 것이 분해되어 들어 있지 않을까. 꼭 죽어서가 아니더라도 실존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를 부분적으로 품고 있다고 보았는지도 모르겠다.[22]
디오게네스는 어떤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만물 속에는 만물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 때, 만물은 각자 만물을 품고 있으므로, 만물은 그 자체로 평등하다. 그래서 누군가 그에게 "어느 출신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23]
그리고 "유일하게 올바른 나라는 범세계적인 것"이라고도 말했다.[24]
'세계의 시민'은 지금으로 치면 '코스모폴리탄'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시민사상, 즉 '코스모폴리타니즘'은 디오게네스의 이 대답에서 연원한 것이다. 지금에야 모든 인종과 사람의 본질과 자격이 동등하다고 여기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이러한 사상이 정착된 건 채 50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디오게네스는 무려 2500여년 전에 모든 사람의 본질과 자격이 인종이나 성별과 상관 없이 동등하다고 보았다.
또한 오이노안다 도시의 광장 기둥에 쓰여있는 말도 디오게네스가 새겼다는 말이 있다.
특히 이방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위해서다. 그들은 이방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의 지역마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이 살지만, 이 세계 전체를 놓고 보면 모든 사람은 하나의 나라, 하나의 지구, 하나의 고향인 세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플라톤이 토론을 하며 인간을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이라 정의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털 뽑은 닭을 들고 와서 "이게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이후로 플라톤은 항상 인간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손톱과 발톱을 가진"이라는 말을 앞에다가 첨가하게 되었다고 한다.[25]
언젠가 그가 플라톤에게 포도주와 말린 무화과를 좀 달라고 부탁했다. 통이 큰 플라톤은 부탁받은 물건을 항아리에 차고 넘치도록 채워 그에게 보냈다. 그러자 얻어먹는 주제에 한다는 소리가, "너는 2+2는 얼마냐 물으면, 20이라고 대답하냐?"[26]
어떤 사람이 그를 호화로운 저택에 데려가서 그에게 침을 뱉지 않도록 주의를 주자, 그는 가래를 돋워 그 사람의 얼굴에 뱉고 이렇게 말했다. "더 더러운 곳을 찾지 못해서"[27]
그가 광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개!"라고 불러댔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개는 너희들이야. 빙 둘러서서 아침식사를 하는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야."[28]
당신은 어디에서 태어난 개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배가 고플 때는 애완견, 배가 부를 때는 집 지키는 대형견."[29]
어떤 사람들이 연회석상에서 마치 개에게 그러듯 그에게 뼈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그는 돌아갈 때에 바로 개가 하는 것처럼 그에게 오줌을 갈겼다.[30]
알렉산드로스의 한 장군[31]이 자기에게 와 주었으면 하고 그를 청하였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장군에게 성찬을 대접받기보다는, 아테네에서 소금을 핥고 있기를 바라노라."[32]
한 젊은이가 철학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일이 있었다. 디오게네스는 그에게 소금에 절인 생선을 한 마리 주며, 그걸 들고 자기를 따라다니라고 말했다. 젊은이는 생선을 슬그머니 땅에 내려놓고 도망쳤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그를 다시 만난 디오게네스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겨우 생선 한 마리 때문에 우정이 깨지다니."[33]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식을 가르쳐 달라고 그에게 데리고 와서 "이 아이는 소질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다"고 말하자 그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내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34]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벌건 대낮에 손에 든 램프에 불을 켜고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어떤 사람이 뭐하냐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사람을 찾고 있다네."[36][37]
시노페의 시민들이 자신에게 추방형(刑)을 내렸다는 말을 듣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는 그들에게 체류형을 내리노라."[38]
하루는 조각상 하나를 염치없이 요구했다. 그리고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절당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네."[39]
어느 날 매춘부의 아들이 길가는 사람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그걸 보고 디오게네스가 한다는 말이. "그러다 니 애비 맞추겠다."
중세 아랍에서는 소크라테스랑 구별을 못했기에 '통 속의 소크라테스'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플라톤의 언급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셜록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이 철학자의 이름을 딴 '디오게네스 클럽'의 창립 멤버 중 하나다. 사교성 부족한 신사들을 위한 곳으로, '이방인의 방'이라는 곳 한 군데를 제외하면 클럽 전체가 대화 금지 구역이다. 그래서 다른 회원에게 말을 걸면 강퇴당한다. 원래 클럽은 신사들이 모여서 떠들고 사교 활동을 하는 곳이지만 여기는 정반대로 일체의 대화가 금지되는 곳이다. 사교와 담 쌓고 산 괴짜 디오게네스의 이름에 걸맞는 클럽이다. 회원들은 각자 편한 데 자리잡고 책이나 신문을 읽는 등 사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동생 이상으로 비사교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집과 직장 말고 달리 가는 곳이 이곳뿐이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하다가 퇴근하면 클럽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귀가하는 것이 일과라고 한다.
『호돌이의 세계여행』에서 마지막 권의 제목과 주제를 담당하는 사상의 인물이다. 세계의 시민으로서 종교나 인종으로 갈려 싸우는 것이 아닌 세계의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살아가야 한다며 끝을 맺는다.
이 인물의 이름을 딴 정신질환도 있다.# 이른바 자신에게 필요없는 쓰레기까지 수집하여 방안을 가득채워넣는 '디오게네스 증후군'이라 불리는 정신질환이다.# 디오게네스는 유일한 소유물인 표주박까지도 무소유를 위해 버렸는데 이 질환은 디오게네스와 정반대로 오히려 필요없는 쓰레기까지 쌓아서 모아두는 질환이기 때문에 명칭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는다.[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