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 성경 읽기
성경을 읽는 독자들의 첫 과제는 성경 전체를 읽는 것이다.
여러 번, 때로는 수십 번씩 성경을 읽은 독자들도 있다.
그런데
독자들이 성경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알고 싶을 때에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을 때에 가장 먼저 참조할 수 있는 것이 관주
성서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우리말 성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본 공회 민영진 부총무로부터 효과적인 성서 읽기를 위한 관주의
쓰임새에 대해서 알아본다.
관주 성서, 그리고 우리말 관주 성서의 역사
우리말 성경에서 관주(貫珠, 혹은 串珠)는 본문 가운데의 어떤 어휘나 구절의 의미 또는 내용이 다른 어휘나 구절과 관련되어서 이해에 도움을 주는 전후참조(reference)를 뜻합니다.
최초의 우리말 관주 성서는 1911년에 이익채가 「鮮漢文新約全書」에 관주(串株)를 붙여 펴낸 것입니다.
구약에 관주가 첨가되기
시작한 것은 1926년에 나온 정태용의 「蘚漢文舊約全書」며, 오늘의 「관주」 성서와 같은 형태가 골격을 이룬 것은 1930년에
나온 「관쥬 셩경젼셔」입니다.
그후 1956년에 나온 「관주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에 와서 관주는 일단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1964년에 나온 「貫珠聖經全書 簡易 國漢文 한글판」은 부분적으로 내용상 가감 및 수정한 흔적을 보입니다.
우리말 성경에서 관주의 종류와 역할
우리말 성경에서 관주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 인증(引證) 관주
신약 본문에 구약
본문이 인용되어 있을 때, 신약은 관주에 인용 표시를 하고 인용의 출처를 밝힙니다.
반대로 구약 본문 자체도 관주에 인증 표시를
하고 인용의 출처를 밝힙니다.
예를 들면, 마 1:23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곳 관주는 이 구절이 사 7:14에서 인용된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구약의 이사야서 7:14을
찾아보면 과연 같은 구절이 나오고 그 곳 관주에도 이 본문이 신약 마 1:23에 인용되었음을 알려줍니다.
둘째, 비교(比較) 관주
문자적 평행구나 사상적 평행구를 지시합니다.
평행구를 제시하는 것으로서는 마 6:9∼13의 주기도와 눅 11:2∼4의 주기도를 비교시킨 예를 비롯하여 공관복음서의 평행구들이 비교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비교시킨 것으로서는 창 3:8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에 붙은 관주를 예로 삼아 볼 수 있다.
여기서 관주는 시
139:1∼12 ; 렘 23:23∼24을 창 3:8과 비교해 볼 것을 지시합니다.
창세기의 본문은 아담과 하와가 여호와를 거역한
후 여호와를 피하여 숨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관주가 지시하는 시 139편은 여호와께서는 사람의 생각을 꿰뚫어 보시고 환히
아시기 때문에 그를 떠나 어디로 도망칠 수도 숨을 거둘 수도 없다는 것을 고백한 시입니다.
따라서 여기 관주는 아담과 그의 아내가
동산나무 사이에 숨는다고는 했으나 그렇다고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숨을 수 없는 피조물임을 말해 줍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성서적으로 명상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관주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셋째, ‘보라’ 관주
일반적으로 어떤 특정한 용어의 최초 출처, 어떤 개념에 대한 성서 안에서의 다른 저자들의 이해를
반영합니다.
예를 들면 창 5:1의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시되”에서 여기 ‘형상’이라는 단어에 창
1:26,27을 보라는 지시가 있습니다.
창 1장은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실 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의 모양대로
지어내셨다는 것을 성서에서 최초로 언급한 곳입니다. 이 곳의 관주로 표시된 엡 4:24 ; 골 3:10을 보면 하나님의 형상이
신약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그 뜻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에베소서의 필자는 진리에 근거한 의와 거룩함으로 다시 지음
받은 새 피조물이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본뜬 새 인간상임을 암시합니다.
골 3:10은 새 사람이란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져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이르는 사람이라고 말함으로써
하나님의 형상과 새 사람과의 관계를 암시합니다. 따라서 신약의 이 두 구절은 창세기의 하나님 형상(形象)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넷째, 일반 관주는 ‘보, 비, 인’과 같은 지시가 없는 관주
마 1:2의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에 붙어 있는 관주는
아브라함이 사라에게서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이삭이라고 지었던 것, 곧 이삭의 출생 배경을 말하는 창 21:3을 참조할 것을
지시합니다.
또한 소박하게나마 성서어구사전(Concordance)의 구실도 합니다.
요 10:23에는 “솔로몬 행각”이라는 어구가 나옵니다. 그곳의 일반 관주는 이 말이 여기 외에 행 3:11 ; 5:12에도 나옴을 일러줍니다.
미흡하지만 성서사전(Bible Dictionary)의 구실도 하고 있습니다.
고전 16:2에 보면 바울은 고린도교회 사람들에게
매주일(每週日) 첫날마다 연보를 저축해 둘 것을 부탁합니다.
매주일 첫 날이란 어느 날입니까?
관주는 여기서 행 20:7을
지시합니다.
성도들이 “안식 후 첫 날에” 떡을 떼러 모였던 것을 가리키면서 “매주일 첫 날”이 안식일(토요일) 다음날
일요일이었음을 암시합니다.
관주의 유익과 한계
성서를 읽는 독자들과 교사들이 성서 사전이나 주석을 가지지 아니하고도 관주의 지시만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성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비교 관주는 여러 곳에 흩어진 같은 사상·같은 주제들을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한 본문을 실마리로
하여 깊은 경지까지 사색을 연장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성서를 읽는 독자들이 「관주 성서」를 충분히 활용하여 전후참조 구절이 제시하는 그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성서
읽기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관주 성서」의 전후참조 구절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본격적으로 성서학적 검토
대상이 되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한성서공회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성서학적으로 검증을 거친 관주를 만들기 위한 연구 작업 중이며, 단기적으로는 「개역개정판」에 넣을 관주 내용을 위해서 실무 작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