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를 끓이는 목사
밥상 목회
따뜻한 밥상
세계선교교회 최운형 담임목사 취임식이 지난달 11일, 동 교회 성도들과 나성영락교회 성도들이 하객으로 대거 참석한 가운데 동 교회에서 열렸다. 담임목사에 취임한 최운형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는 말씀을 하신 것을 항상 심중에 새기며 기도하는 목회자로서 하나님과 성도들을 더욱 사랑하는 목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설교를 맡은 림형천 목사는 “안디옥 교회”(행11:19-26) 제목의 설교를 통해 훌륭하게 목회하던 부목사를 담임목사로 보내는 것이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과 같다고 서두를 꺼 낸 후, “동 교회가 새 담임목사와 함께, 항상 하나님만 의지하는 교회, 선교에 열정을 가진 교회, 지도자와 평신도가 화합하는 교회,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나타내는 교회가 되라”고 강조했다. 권면에 나선 이기홍 목사(남가주교협 증경회장)는 “목회자도 성도 모두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뛰어나고 인품이 훌륭하고 헌신에 불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식은 사회 안맹호 목사, 기도 이재국 장로, 찬양대의 찬양, 설교 림형천 목사, 문답 및 공포 Mike Livingston 목사(District Superintendent of Missionary Church Western District), 봉헌송 나성영락교회 교역자 일동, 광고 차효삼 장로, 축도 서정운 박사(전 한국 장신대, 미주장신대 총장)가 각각 순서를 맡았다.
최운형 목사는 한국 장신대를 졸업하고 플러신대 목회학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대구 삼덕교회, 서울 홍광교회, 나성영락교회를 각각 섬겨왔다.
담임 목회 그만두고 김치찌개 끓이는 이유
[인터뷰] 청년밥상 문간 최운형 목사
청년밥상 문간은 메뉴가 김치찌개 하나다. 1인분에 3000원. 계란 프라이, 어묵, 김 등을 추가하고 싶으면 각각 500원을 더 내야 한다. 밥은 무료로 준다. 3000~4000원이면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0월, 굶고 있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인근에 식당을 차렸다.
최운형 목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였다. 그는 2004년 미국 LA 나성영락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가 2010년 세계선교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했다. 교인 300여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안정적으로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돌연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에서 식당을 개업한 것이다.
이제는 말씀 대신 밥을 먹이고 있는 최 목사를 5월 22일 청년밥상 문간에서 만났다. 그는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선배 목사들은 사랑과 관심 등을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교회가 이웃들에게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 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교자도 양심이 있다. 물론 내 삶과 상관없이 교인들에게 신앙적으로 권면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됐다. 나는 매일 먹을 거 입을 거 등등 걱정이 많은데, 어떻게 교인들에게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앞으로 정년까지 20년은 더 목회해야 하는데, 더는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목사직 자체를 내려놓으려 했다. 더 이상 목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고민하던 차에 지난해 3월, 소셜미디어에서 '청년식당 문간'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다.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었다는 기사를 본 이문수 신부가 서울 성북구에서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내용이었다. "이거다!" 최 목사는 바로 한국으로 달려가 이 신부를 만나 2호점을 열고 싶다고 했다. 신부는 흔쾌히 허락해 줬다. '문간'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영업 노하우도 전수해 줬다.
그다음은 교회와 가족에게 오랫동안 품은 생각을 꺼낼 차례였다. 교인들은 최 목사가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히자 당황했다. 장로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사임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최 목사의 아내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 강단에서 설교만 해 온 사람이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이 선뜻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최 목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최 목사는 지난해 8월 세계선교교회를 공식 사임하고, 10월 청년밥상 문간을 개업했다. 시장 인근에 있는 당구장을 빌려 내부를 개조했다. 한국에서 부목사로 지내면서 관계를 쌓은 몇몇 교인이 취지에 공감해 공사비를 지원해 주거나 자원봉사로 도와주었다.
일요일에도 영업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청년밥상 내부. 미적 감각이 있는 주방장이 아담하게 꾸몄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식당 문을 연 지 7개월. 다양한 사람이 문간을 넘는다. 최운형 목사는 청년뿐 아니라 직장인, 혼자 사는 노인, 집에서 음식을 할 수 없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손님이 식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특별히 목사라고 밝히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말없이 밥만 먹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최 목사를 붙잡고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손님도 있다.
한 30대 청년은 매일 청년밥상 문간에서 밥을 먹는 단골이다. 로스쿨을 나온 그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험에 네 번 낙방했다. 그는 현재 시험을 포기하고 재택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최 목사는 "어느 날 청년이 계산을 마치더니 갑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그는 그냥 자신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가게를 떠났다"고 말했다.
백설기를 한 상자 가져다준 손님도 있었다. 40대 후반 여성인데,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만 되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다.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숙식하며 근무하다가 토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귀가한다는 것이다. 5개월간 꾸준히 식당을 찾은 그가 어느 날 최 목사에게 떡을 주며 "오늘은 졸업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건강이 안 좋아져 더는 가게에 올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손님들은 저마다 달랐다. 한 60대 남성은 밥을 먹고 나면 "오늘도 큰 용기를 얻고 간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나간다. 옆 가게에서 옷을 파는 또 다른 손님은 장사가 안된다며 매일같이 와서 외상으로 점심을 먹었다. 가끔은 빈 통을 가져와 물을 한가득 담아 가기도 한다.
"그들을 직접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교회에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한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겠더라. 나는 60대 손님이 말한 '용기'가 무엇인지, 왜 30대 청년이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평범한 한 끼 식사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채워 줬구나 생각한다."
개업 이후 계속 적자였던 청년밥상 문간은 지난달 겨우 흑자를 달성했다. 몇 만 원밖에 안 되는 수익이지만, 6개월 만에 흑자를 내겠다는 1차 목표는 이룬 셈이다. 최 목사는 다음 달부터 3000원짜리 식권 200매를 인근 보건소와 파출소, 초등학교에 배포해, 지역사회를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3000원짜리 김치찌개. 다시마, 생강, 파 뿌리, 양파 등으로 육수를 우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돈을 더 내면 어묵, 김, 라면 사리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운형 목사는 오늘날 교회가 세상과 등을 돌린 채 자신들끼리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했다. 최 목사가 교회에 있을 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말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었다. 그는 "하나님은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안타까워하며 돕기를 바라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교회 문을 닫고 우리끼리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가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목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목회자들이 사역을 꼭 교회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 교회를 떠나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시도가 계속됐으면 좋겠다."
“배고픈 이웃들 위한 ‘3천원 김치찌개’…각박한 삶에 큰 위로 되길”
김치찌개에 밥 무제한…배고픈 이웃에게 복음의 통로
미국서 안정적 목회 대신 말씀 살아내고자 따밥 개업
사역 취지에 공감한 동역자들 덕분에 7호점까지 키워
최운형 목사는 앞으로 10년간은 3,000원짜리 김치찌개의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갈수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짙어졌다. 웬만한 식사 한 끼에 만원이 훌쩍 넘어가면서 밥값이 부담스러워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마저도 남들보다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얄팍한 취준생이나 독거노인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단돈 3,000원으로 두둑이 배를 불릴 수 있는 곳이 있다. 2018년부터 최운형 목사가 운영해온 식당 ‘따뜻한 밥상’(이하 따밥)이 그 주인공.
단일 메뉴인 김치찌개에 밥과 반찬이 무제한인 따밥은 최 목사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개척한 사실상 ‘교회’나 다름없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장사가 아닌 목회를 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봤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라
쌀쌀한 초겨울에 접어들던 지난달 중순. 서울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따밥에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최 목사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인터뷰에 앞서 3,000원짜리 김치찌개의 맛이 궁금해 주문하니 금세 눈앞에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맛 또한 반전이었다. 칼칼한 국물에 큼지막한 두부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 윤기 좌르르한 흰쌀밥과 짭조름한 콩나물 무침이 입맛을 한껏 돋우었다. 믿기 힘든 저렴한 가격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따밥에서는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에 흰쌀밥과 콩나물 무침이 무한 제공된다.
따밥에서는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에 흰쌀밥과 콩나물 무침이 무한 제공된다.
“지금이야말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식당이 필요한 때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시대 밥 굶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끼니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사람들은 더욱 그렇죠.”
지난 20여년 동안 구슬땀으로 일궈온 안정적인 목회 기반을 뒤로하고 따밥을 개업한 이유에 대해 최 목사는 이 같이 밝혔다.
4년 전 그가 주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한국에 건너와 인심 좋은 밥집 사장님이 된 건 순전히 성경 말씀 때문이었다.
“어느 날 문득 ‘교회 주변엔 왜 가난한 사람이 많을까?’란 회의가 들었어요. 제가 늘 목회철학으로 삼고 강단에서 외쳐온 말씀이 바로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구절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건데…. 이제 이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겠다고 생각했죠. 높은 연봉과 성도들의 존경을 꿈꾸는 겉만 번지르르한 목회자가 아닌, 이웃의 필요를 채워주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교회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서 믿음의 도전을 이어가기로 결단한 최 목사. 때마침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문수 신부가 오픈한 ‘청년식당 문간’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뛰었다. 내용인즉슨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은 사연을 듣고 이 신부가 서울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것이다.
그길로 곧장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최 목사는 한달음에 이 신부를 찾아갔다. 그리고 2호점을 허락받았다. 다만 청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든지 발을 들일 수 있도록 상호를 청년식당 문간 대신 따뜻한 밥상으로 지었다. 2018년 따밥이 태동한 순간이다.
그러나 출발은 녹록하지 않았다. 평생 목회의 길만 걸어온 그가 하루아침에 밥집을 꾸리기란 쉬울 리가 없었다. 주방장은 불성실한 태도로 한 달 만에 내보내야 했다. 또 ‘아무리 3,000원이지만 맛이 이게 뭐냐”며 질타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최 목사는 직접 칼을 들었다. 김치를 숙성하는 방법부터 양념과 육수 제조까지 밤낮으로 연구하고 요리하며 레시피를 개발했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6개월 무렵부터 따밥은 동네서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 하나 둘 손님이 늘었다.
하나님은 장사 초반 적자로 인한 빚도 한순간에 해결해 주셨다. 따밥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일면식도 없던 세 명의 성도가 선뜻 후원금을 건네면서다. 그는 “따밥은 빚 없는 가게일 뿐만 아니라 흑자로 전환한지도 오래”라며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고백했다.
따밥이 흑자를 내는 또 다른 비결은 십시일반 모아진 사랑의 손길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 최 목사가 부목사로 몸담았던 홍광교회 교인들이 봉사자로 일손을 보태준 데다가 따밥의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섬겨줘 인건비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식자재 또한 매달 기적처럼 채워지고 있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쌀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한 달에 쌀이 많게는 200kg씩 소모될 때도 있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계속 쌀을 보내와요. 그중에 절반은 익명이라 누군지도 모르지만 참 감사한 분들입니다.”
일련의 응답들이 하나님의 응원으로 느껴졌다는 최 목사는 “가난한 자와 주린 자를 먹이는 게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따밥은 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밥이 망한다면 이유는 딱 하나다. 그만큼 세상이 살기 좋아진 것인데 이 또한 행복한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최 목사의 따뜻한 밥상(1호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서울 연신내역 인근에 위치한 최 목사의 따뜻한 밥상(1호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따밥은 장사가 아닌 ‘목회’
최 목사의 하루는 분주하다. 식당 문을 여닫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쉴 틈이 없다. 자연스레 교회 강대상에선 미처 다 느낄 수 없었던 성도들의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평일에 열심히 노동하니 일요일 아침엔 피곤해서 일어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일에 성도들이 얼마나 지극한 정성으로 교회에 나오는지를 깨달았죠. 동시에 힘겹게 예배에 나온 교인들을 조금 늦었다고 책망하진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개했습니다. 목회자들은 영적 갈급함을 갖고 교회에 출석한 성도들을 고맙게 여기고 진심을 다해 설교해야 합니다.”
현재 따밥 문을 두드리는 손님은 하루 약 50명~80명으로 1인가구 청년부터 청소년,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매시간 홀 좌석이 70%만 차게 해달라”는 최 목사의 기도제목이 독특하다. 이는 따밥의 존재 목적이 분명함을 방증한다.
“어떤 유튜버가 우리 식당을 찍어 올렸는지 한 3일간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든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장사가 잘 되니 기뻤죠. 그러던 하루는 우리 따밥의 ‘찐 단골’인 어르신이 예전에 나눠드린 공짜 쿠폰을 갖고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딱 남은 자리로 안내해 드렸더니 그냥 가시는 거예요. 얻어먹는 밥인데 괜히 자리 차지하는 게 미안하시다며….”
당시 최 목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건 아니다 싶었죠. 따밥이 문전성시를 이뤄도 정작 소외된 이웃이 들어올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때부터 기도해온 게 ‘손님이 적당히 오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사들로부터 몇 번 따밥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도 받았지만 다 거절했어요. 따밥은 너무 유명해져도 안 돼요. 우리는 영리를 추구하는 게 아니니까요.”
최 목사의 배려는 이 밖에도 식당 곳곳에 묻어나있다. 대표적인 게 500원만 내면 라면과 계란프라이·어묵·햄 등을 추가할 수 있는 ‘혼자사리’다. 대개 식당들의 사리 추가가 1,000원부터인데 이조차도 반으로 쪼갠 것이다. 500원 만큼의 짐이라도 더 덜어주고픈 바람에서다.
물론 최 목사도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밥과 반찬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손님을 볼 때면 그야말로 수련이 따로 없다.
“구제가 말은 쉽지 실천이 힘들어요. 예를 들면 가끔 밥을 탐욕스럽게 산처럼 쌓아서 갖다 드시는 분이 있어요. 반찬도 몇 번이고 추가해서 담고. 그러면 저도 사람인지라 ‘왜 이렇게 많이 먹지?’라고 잠시 불평하다가도 다시 초심을 다잡죠. 반대로 고마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퍼주려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저부터 날마다 깨지고 다듬어지는 훈련을 받습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이 은혜라는 최 목사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감동적인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오던 청년이었죠. 매번 후드티만 입던 친구가 하루는 말끔한 정장 차림이길래 내심 의아했어요. 그런데 계산할 때 그 청년이 대뜸 ‘감사하다’며 ‘취업을 준비하면서 따밥에서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덕분에 취직에 성공했다’고 꾸벅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요. 따뜻한 밥상이 누군가의 인생에 격려가 된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최근에는 따밥에 감격한 한 청년이 100만원과 함께 4,000원짜리 쿠폰 25개를 최 목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소중한 후원금 덕분에 25명의 새로운 손님들이 따밥으로 초대될 예정이다.
“매일 아침 ‘오늘은 누구를 먹일까?’란 생각으로 출근하는 것도 즐겁지만, 따밥은 하나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시는 사역임을 믿습니다. 제가 개업한 이래로 지난 4년간 단 하루도 아파서 가게 문을 닫아 본 적이 없거든요. 코로나19는 고사하고 몸살 한 번 걸린 적 없었는데 마치 하나님이 제게 ‘너는 이 자리를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겉 같았습니다.”
한편, 따밥은 현재 최 목사가 운영하는 1호점을 필두로 서울 각지와 창원, 시흥 등지에 7호점까지 체인을 내는 열매를 맺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2~7호점 주인이 모두 목회자들이란 점. 경제적으로 여유치 않은 이웃을 돕는데 동역하기로 뜻을 모은 사람들이다.
최 목사는 이들에게 레시피와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준 건 물론 정착 지원금을 내어주며 물심양면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목회자·전도사·선교사 등 사역자들만 따밥을 차릴 수 있다는 것. 둘째는 김치찌개 가격을 올리지 말 것이다.
최 목사는 “호기심이나 이익을 목표로 따밥을 열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따밥은 평범한 식당을 너머 사복음서의 말씀을 증거할 사역지이기 때문”이라며 “2~7호점 목회자분들 역시 나름의 색깔을 갖고 따밥을 운영하고 있다. 주위의 걱정과 반대를 무릅쓰고 소신껏 펼친 따밥 사역에 동참해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따밥의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높아진 물가에 비례해 김치찌개 값도 올리라고 말하지만 저는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그럴 계획이 추호도 없습니다. 물가가 오른다고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나요? 오히려 더 힘들어져요. 이들을 위해 생겨난 따밥은 장사가 아니라 ‘목회’입니다.”
따밥에서는 밥과 반찬이 무한리필이다.
출처 : 아이굿뉴스(http://www.igoodnews.net)
김치찌개로 '복음' 전하는 목사 "꼭 교회일 필요는 없잖아요"
3000원 김치찌개집 '따뜻한 밥상' 최운형 목사잘나가던 미국 담임목사 그만두고 한국서 개업
"한 몸 되라는 성경 실천…나누는 삶 더 행복" "밥이 무한 리필이라 그런지 밥을 무지하게 많이 드십니다. 이제 밥 굶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끼니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 1인분에 3000원. 밥은 무료에 무한리필. 각각 500원만 추가하면 계란 프라이, 어묵, 김까지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곳. 최운형(52) 목사가 운영하는 '따뜻한 밥상'(구 청년밥상 문간)이다.
▲ '따뜻한밥상'을 운영하는 최운형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소재 가게에서 < UPI뉴스 >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7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인근 '따뜻한 밥상'을 찾았다. '사장님' 최운형 목사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최 목사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 지 만 2년이 다 됐다.
최 목사는 2018년 미국에서 안정된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귀국해 식당을 열었다. 그는 2004년 미국 LA 나성영락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 2010년 세계선교교회 담임 목사가 됐다. 교인 300여 중견 교회에서의 안정적 목회 생활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회의가 느껴졌다. 가난한 사람들, 불평등을 겪는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친구가 되라는 성경의 핵심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가.
"좀 더 현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곳이 꼭 교회일 필요는 없잖아요. 전부터 밥집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고 밥을 차려 드리고, 배웅도 해드리고, 그런 현장 사역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돈도 없고 실력도 없어서 엄두가 안 났습니다."
목회의 진로를 고민하던 그때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이문수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식당 문간' 소개 기사를 봤다. 이 신부가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 성북구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내용이었다. 최 목사는 미국에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이 신부를 만나 2호점을 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 신부의 허락을 받았다. 2018년 8월 세계선교교회를 공식 사임하고, 10월 '청년밥상 문간'을 개업했다.
자리 잡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목사직 사임부터 교인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자금도 부족했고, 음식점 운영에 관한 경험도 없었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최 목사는 '2년만 버티자'고 마음먹었다. 6개월이 지나자 비록 몇만 원이었지만 흑자가 났다.
한 번 온 손님들이 잊지 않고 꾸준히 가게를 찾았다. 최 목사는 "손님의 70% 이상이 한 번 오셨던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저녁때 가끔 오시는 한 여성 손님은 '이 집이 없어질까 봐 불안하다'고까지 하신다.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나 오시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인연을 맺었던 교우들이 자원봉사로 도와주고 있어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들르게 하려고 상호도 '따뜻한 밥상'으로 바꿨다. 최 목사는 "처음에 '청년밥상 문간'일 때는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청년을 위한 곳인 줄 알고 쉽게 못 오시는 게 있었다. 그런데 '따뜻한 밥상'으로 바꾸자 훨씬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한다.
얼마전 경남 창원에 2호점까지 생겼다. 최 목사는 "작년에 경남 창원 목사님들이 가게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돈을 후원하고 요리법을 알려드렸다. 그렇게 지지난주에 새로 문을 열었다. 똑같은 로고와 콘셉트"라고 말했다. 내년 봄쯤 3호점도 생길 전망이다. "최근 목회자들에게 식당과 관련한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최 목사는 "기왕에 시작했고, 이런 공간이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한 5호점까지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쳤다.
▲ 따뜻한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최운형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소재 가게에서 김치찌개를 만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최 목사는 "동네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도 느끼고, 자주 찾아오던 청년이 다른 지역에 취직했다며 마지막으로 와 인사를 하고 갈 때는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최 목사의 소망은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목회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게 기독교가 '우리가 한 몸'이라고 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한 몸임을 강조하면서도 고통을 함께하지 않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식당을 하는 것은 그런 그런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죠. 목사가 꼭 교회 강단에 서야만 복음을 전하는 건 아니죠."
최 목사는 이웃과 함께하기 위한 계획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밥을 못 먹고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초대해서 법을 먹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탓에 못하고 있는데, 상황이 좀 나아지면 바로 초대할 생각"이다.
이런 식당을 운영하는 걸로 생계가 가능할까. "적은 금액이지만 제 월급 정도는 나와 생활이 가능합니다. 미국 식구들은 같이 안 오는 조건으로 따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고. 지난 2년간 반지하 월세 살다가 지난주에 지상으로 이사했어요."
코로나19발 불황 시대에 적자 안보는 게 어디인가. 그래도 남는 건 별로 없을 듯하다. 최 목사는 "모두가 힘든 시기라서 찌개에 고기를 더 많이 넣어드린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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